파리는 전체 곤충 95만 종 중 16만 종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분류군입니다.
그만큼 파리들은 생김새가 매우 다양하고, 생활사 또한 각양각색입니다.
이전에 살펴보았던 것처럼 사람의 눈 주변을 맴도는 눈초파리(웹진 132호)부터 다른 곤충에 기생하는 기생파리(웹진 146호),
물 속에 알을 낳는 물가파리 등 색다르고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파리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불청객파리’라는 이름이 붙은 파리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 파리들은 어떻게 생겼고, 왜 ‘불청객’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불청객파리란?

불청객파리란 파리목(Diptera) 불청객파리과(Milichiidae)에 속하는 종들을 통칭하는 이름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속 3종(Aldrichiomyza elephas 금강산불청객파리, A. koreana 우리불청객파리,
그리고 Desmometopa microps 작은눈이마줄불청객파리)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 중 작은눈이마줄불청객파리는 최근에 발견되어 국내 학술지에 기록되었습니다(Euo et al. 2023).

이 파리들은 2-3mm 내외의 아주 작은 파리로, 현미경으로 봐야만 그 생김새를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Aldrichiomyza속에 속하는 금강산불청객파리와 우리불청객파리는 전체적으로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무늬가 있고
빨대와 같은 긴 주둥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Desmometopa속(이마줄불청객파리속)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이며 이마에 알파벳 M자 모양의 줄무늬가 있어
이마줄불청객파리속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그림 1A-D).

왜 ‘불청객’일까?

Aldrichiomyza속과 Desmometopa속은 각각 서로 다른 이유로 불청객이라 불릴만한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Aldrichiomyza속의 종들은 눈초파리처럼 사람의 눈 주변을 맴도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눈 주변을 서성이는 벌레들을 채집하면 간혹 금강산불청객파리나 우리불청객파리가 잡히기도 합니다.
Desmometopa속의 종들은 다른 의미에서 불청객입니다.
이 속에 속하는 종들은 다른 곤충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얌체들입니다.
그림 1E와 같이 거미나 사마귀가 먹이를 사냥해 먹고 있으면 슬며시 나타나 죽은 먹이에서 나오는 체액을 훔쳐먹습니다.
그래서 이 파리들을 freeloader(프리 로더; 빌붙어 얻어먹는 사람, 무임승차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때요, 진짜 불청객이라고 할 만하죠?

Desmometopa microps 작은눈이마줄불청객파리

작은눈이마줄불청객파리가 국내에 서식한다는 사실은 최근에 밝혀졌습니다.
충청북도 증평의 한 꽃밭에서 거미가 잡아먹고 있는 꿀벌에 이 파리가 다수 앉아 있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그림 1E).
익히 알려진 대로 이들은 사냥당해 죽은 꿀벌 위를 돌아다니며 체액을 빨아먹고 있었습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하고 상대방은 이득도 손해도 보지 않는 행동양식을 편리공생(commensalism)이라고 하며,
작은눈이마줄불청객파리는 이러한 편리공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작은눈이마줄불청객파리는 아직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은 같은 속의 다른 종인 D. sordida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현미경으로 구석구석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숨겨져 있는 생식기의 형태뿐만 아니라 DNA를 이용한 계통수까지 그려보아야 합니다.
저를 비롯한 연구진들이 이 파리를 정확하게 동정하기 위해 현미경을 이용해 자세히 살펴본 결과,
그림 2A와 그림 2B에서 보이는 눈 밑과 몸통 옆면의 광택이 나는 형태적 특징이 종을 구분하는데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이 파리가 작은눈이마줄불청객파리임을 확인하고, 작년 12월에 발표된 논문에는 그림3과 같은 생식기 사진,
그리고 DNA COI 바코드 유전자를 이용해 분석한 계통수까지 실어 게재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곤충들이 살고 있습니다.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크고 수가 많은 곤충들도 있지만 오늘 소개해드린 파리와 같이 작아서 발견하기 어렵지만 독특하고 신기한 곤충들도 있죠.
길을 가다 잠시 멈춰서 주변을 둘러보고 자세히 관찰해보세요.
그 잠깐의 여유가 우리를 새로운 발견으로 이끌지도 모릅니다.